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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
MBA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처음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사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두 다르지만 제게 있어 MBA는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다수 드라마에서 나오는 소위 ‘젊은 팀장님, 실장님’ 들의 단골 스펙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해외 유수 대학의 MBA를 나와서 성공하는 스토리가 마치 딴 세상의 모습처럼 여겨졌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드라마에서 그러한 모습들은 사라지고 제 주변에도 하나 둘씩 MBA진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MBA의 문턱은 이미 제 인생의 바로 코앞까지 와 있었음에도 그걸 제대로 마주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모집 공고를 보며 언젠가는 가야지라며 망설이기만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40대 중반을 넘어 50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그냥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며 지금마저도 주저한다면 또다시 ‘지금’이 지나간 후회의 시간으로 남게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 이 말도 맞지만 개그맨 박명수 어록 중 하나처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은 거다. 그러니 당장 시작해라’가 저에게 더 많이 와 닿는 말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저는 아주대 경영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
일단은 저질러 보자라는 생각으로 지원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본 후 합격 통보를 받은 날 또 다른 걱정의 씨앗이 마음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이학계열의 생명과학만 공부하던 사람이 경영학 분야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경영 관련 업무라고는 군대에서 해본 출납 업무와 단순 회계업무, 그리고 소수의 인력 관리가 전부인데 경영 전문 공부가 어렵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으로 이 선택이 옳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에이 인생 새옹지마(塞翁之馬) 뭐 어찌어찌 돌아가겠지’라고 마음을 가다듬고 개강의 그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걱정은 역시나 제가 가진 기우였으며 아주대 경영대학원에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이고 그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공과 과목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아무런 걱정 없이 공부만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대개 경영이라고 하면 숫자와 재무제표 같이 거창한 것만 생각했던 저에게 인사 조직이나 코칭, 협상 같은 과목들은 실질적으로 저의 업무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로 잘 구성되어져 있었으며, 해당 과목의 여러 자격증들을 획득할 수 있어 그래도 믿고 지원해 주신 회사의 윗분들께도 경영대학원을 가더니 열심히 해서 뭔가 취득해왔구나 라는 하나의 성과 지표로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지표 즉 자격증은 실제 업무현장에서도 활용되었습니다. 직원들과 대화를 나눔에 있어 내 의견을 먼저 내세우기 보다는 들어주고 이해하며 이 후에 나의 의견을 얘기함으로서 소통의 기회가 생겼으며, 서로를 좀 더 배려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전공인 코칭과 복수전공으로 선택한 협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코칭에서의 경청과 질문, 협상에서의 문제에 대한 대안의 마련 등은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타 부서와 협조 또는 거래처와의 가격 조정 같은 부분에서 내 입장만을 고수하던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상대를 존중하고 입장을 고려하며 나의 상황과 추구하는 바를 상대와 대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면서 효율적인 업무 성과를 낼 수 있었으며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음으로서 다른 일에 충분한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생명과학만 공부하던 사람이 경영학 공부는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근심에 대해 ‘어떻게든 흘러가겠지’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또 다른 공부를 통해 저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
업무 이외에도 자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과열된 기관차처럼 숨 가쁘게 달려만 온 인생에서 조금은 나를 내려놓으면서 한 템포 쉬어가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주변 원우들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경험도 갖게 되었습니다. 자칫 우물 안 개구리로 우물 위로 보이는 한 뼘의 하늘이 전부인 양 세상을 바라보던 시각을 여러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신에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충실하며 보다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열정을 보면서 나도 아직 젊고 해야 할 일이 많으며,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 원우들의 모습과 저의 결의를 새로이 다지면서 아직 우물 밖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물이 굉장히 아주 크게 넓어졌으며, 위로 올라가야 할 문턱이 낮아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보람이 있습니다.
‘앞으로 20년 후에 당신은 저지른 일보다는 저지르지 않은 일에 더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항해를 떠나라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고 탐험하고 꿈꾸며 발견하라’
- 마크 트웨인
어느 날인가 친한 원우분에게 받은 문장입니다. 마치 아주대 경영대학원을 진학하지 않았다면 20년 후 저는 저지르지 않은 일에 더 실망을 하고 있는 듯한 미래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 시작해서 실패하고 안 되는 것보다 안한 것에 대한 후회가 더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아주대 경영대학원에서의 2년의 시간은 후회로 남지 않을 것입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조금 더 빨리 시작하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제 주변에서 누군가 망설이고 주저한다면 과감하게 말할 것입니다.
‘일단 부딪쳐라! 시작이 없다면 끝도 없다!’